20250205
어떤 가구를 만들까.
만들고 싶은 가구가 있어서 가구공방에 등록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첫 수업을 앞두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선은 필요에 의해 책을 수납할 수 있는 책장을 만들기로 했다.
판자로 막혀있는 책장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당시 합판으로 만든 마키시나미의 가구도 무척 좋아했지만, 왜 그 단순해 보이는 책장이 좋은걸까 생각해보면 그건
막혀있다기보다는 어딘가 투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규칙적인 격자, 간간이 비어있는 슬릿(틈), 반복과 비움/채움의 비율을 이유로 꼽을 수 있었다.
나는 어떤 것을 만들고 싶은가?
<반복>
책장은 책을 꽂았을때 어떻게 보일까를 상상해봐야 한다. 공간이 장악력이 있으면 사물이 산만하더라도 전체는 질서에 귀속된다.
타이틀을 '공간'으로 적는게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러면 범위를 너무 넓히는 것 같으니 일단 넘어간다.
<비움>
기분좋은 투명함을 가진 사물, 장소, 사람은 적정한 비율의 비움과 채움을 가지고 있다. 투명한 사람, 투명한 공간, 투명한 사물. 사물은 예컨대 유리컵 같은 투명함이 아니라, 조명의 투명함을 생각하고 싶다. 한지나, 패브릭, 반 투명한 유리볼 같은 갓이 씌워져 있는 조명.불이 꺼져 있을 때는 단단해 보였다가도 불을 켜면 한없이 얇아보이는.
솔직함을 바탕으로한 드러냄과 사려깊음에 기반한 감춤, 표정의 변화에서 드러나는 입체감, 자신만의 세계관에 몰두한 골똘함.
아니 여기까지 늘어놓자니 그것을 '투명함'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것도 일단 넘어간다. (나는 그렇게 깊이와 정확도를 추구하는 스타일은 아닌가보다)
요약하면, 디자인을 할 때에 '비움'을 두고싶었다. '비움'에 대해서는 아래의 키워드를 모아볼 수 있다.
1. 빛 또는 투시
2. 요소의 생략 /단순화
3. 불완전함
4. 변화 할 수 있는 여지 (포용)
-----여기까지가 밤에 세수하면서 한 생각. 자자